천년고찰, 합천 천불산 청량사(淸凉寺)
2024년 10월 17일, 합천 남산제일봉 산행길에 찾은 청량사..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매화산에 있는 청량사(淸凉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海印寺)의 말사이다.
창건에 관한 기록은 없으나 『삼국사기』에 최치원이 이곳에서 즐겨 놀았다고 하였으므로 신라 말기 이전에 창건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전에 의하면 이 절이 해인사보다 먼저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절은 오랫동안 폐사가 되었다가 순조 11년(1811년) 회은(晦隱)이 중건할 때 3칸의 법당과 요사채를 지었다.
최근에 주지 경암(景庵)이 요사채를 중건하고 법당을 중수하였다.
일반적인 산지 가람의 유형을 따라 석축을 높이 쌓아 마련한 3단의 대지 위에 대웅전을 비롯하여 적광전과 상락당(常樂堂), 감로당(甘露堂) 등의 요사를 갖추었다.
사지 근처에는 다양한 신라시대 석물들이 산재하는데 그 중에는 불상, 불탑, 석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이들은 월류봉(月留峰) 아래 남북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며, 모두가 건립 당시의 조각예술을 대변하는 빼어난 작품이다.
대웅전 앞에 청량사 석등, 석조석가여래좌상, 삼층석탑 등 3점의 우수한 석조 문화유물이 일직선으로 놓여 있다.
보물 제253호(1963년)로 지정된 청량사 석등(石燈)은 높이 3.4m로 대웅전 앞의 축대 위에 자리하고 있으며, 바로 뒤쪽에는 합천 청량사 삼층석탑이 서 있다.
석등은 단면 8각의 전형적인 신라 석등의 모습이지만 가운데받침돌이 장구를 세워 놓은 듯한 고동형(鼓胴形)이어서 특이하다.
네모난 바닥돌 위에는 제법 넓은 아래받침돌이 놓여 있는데 아래받침돌은 윗단과 아랫단으로 나뉘어 조성되었다.
아랫단의 각 면에는 안상(眼象)이 오목새김되었고, 안상 안에는 사자와 함께 구름 속에 있는 누각인 운상누각(雲上樓閣)이 8면에 교대로 조각되어 있다.
윗단은 2장의 꽃잎이 아래로 향한 복련(覆蓮)의 연꽃 무늬가 각 모서리마다 1개씩 모두 8개가 크게 새겨져 있는데 모서리에 조각된 꽃잎의 끝부분은 꽃잎을 말아 올린 작은 귀꽃으로 장식되었다.
이 복련석 위에는 가운데받침돌의 받침이 놓여 있는데 밑면은 안쪽으로 둥글게 깎였고, 윗면에는 복련 모양의 연꽃 무늬 24개가 돋을새김되어 있다.
간주(竿柱) 모양의 가운데받침돌은 가로띠와 꽃 무늬가 장식된 복발(覆鉢) 모양의 굵은 마디를 중심으로, 그 위아래에는 복련의 연꽃 무늬와 함께 꽃잎이 위로 솟은 앙련(仰蓮)의 연꽃 무늬가 장식되었다. 그런 다음 다시 위아래로 윗받침돌의 밑면과 아래받침돌의 받침까지는 비스듬히 비탈지게 깎였고, 겉면에는 꽃 무늬가 조각되었다. 윗받침돌은 윗부분에 받침을 두었고, 밑면에는 8각의 각 모서리마다 하나의 꽃잎을 가진 연꽃 무늬가 앙련의 모습으로 1개씩 돋을새김되었다.
불을 켜 놓은 부분인 8각의 화사석(火舍石)은 하나의 돌로 조성되었다. 화창(火窓)은 4면에만 뚫렸으며, 나머지 면에는 사천왕상(四天王像)이 조각되었다. 지붕돌은 매우 얇은 편으로, 처마 밑은 수평이지만 추녀 위에는 경쾌한 반전이 있다. 밑면에는 여러 단의 굄을 두었으나 꼭대기에는 복련의 연꽃 무늬를 조각하지 않았다. 머리장식인 상륜부(相輪部)는 대체로 없어졌는데, 그 부재로 보이는 파편은 남아 있다.
이 석등은 가운데 받침돌에 변화가 나타났고, 조각 수법에서 입체성이 줄어든 것으로 보아 9세기 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물 제265호(1963년)로 지정된 청량사 대웅전 석조석가여래좌상은 전체 높이 2.85m이며, 불상은 2.1m, 대좌는 70㎝이다.
불상은 광배(光背)와 대좌를 모두 갖추고 있으나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아 구체적인 조성 배경을 알 수 없다.
편단우견(偏袒右肩)법의(法衣)를 착용하고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결하고 있는 불좌상으로 입체감 있는 조형과 당당한 자세를 갖추고 있다.
불상은 넓고 편평한 육계(肉髻)와 큼직큼직한 나발(螺髮), 반원을 그리는 눈썹, 살짝 뜬 눈, 그다지 길지 않는 코, 짧은 인중, 다문 입, 큰 귀를 가지고 있다.
양 볼은 팽창되어 있으며, 이중 턱이 생길 정도로 살 찐 상태고, 얼굴 측면이 상당히 넓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불상은 넓고 당당한 어깨에 약간 살이 찐 모습이다.
통일신라시대 8세기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지만, 상호의 특징과 간략화된 법의 주름, 광배의 문양, 새로운 형식의 대좌 등을 통하여 통일신라시대 9세기 중엽에 조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청량사 석조여래좌상의 대좌는 중대에 보살상이, 하대에 팔부중상이 새겨져 있는 유일한 예이다.
이들 도상들은 탑의 기단부에서는 일부 확인되지만, 불상의 대좌를 장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물 제266호(1963년)로 지정된 청량사 삼층석탑은 탑의 높이 4.85m, 재료는 화강암이다.
2중 기단(基壇) 위에 세운 3층 사각형 석탑으로 대체로 전형적인 신라 석탑 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곳곳에 특수한 양식을 보여준다.
지대석과 중석(中石)을 한데 붙인 석재 4장으로 하층 기단을 구성하고, 각면에는 우주(隅柱)와 탱주(撑柱)를 본떠 새겼다.
상층 기단 갑석에는 부연이 있고 윗면은 하층 기단 갑석에서와 같이 네 모서리에서 약간의 반전을 보이는 특이한 수법을 나타낸다.
탑신부는 옥신석(屋身石)과 옥개석(屋蓋石)이 각각 1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옥신에는 각층마다 우주가 새겨져 있을 뿐 다른 조식이 없다.
옥개석은 각층 받침이 5단씩이며 추녀 밑은 수평을 이루었고 전각(轉角)의 단면은 거의 수직을 이루었다.
낙수면의 경사는 매우 완만하여 평박한 느낌을 주며 전각의 반전은 강한 편이다.
상륜부에는 노반(露盤)만이 남았으며 상부 2단의 부연은 크다.
1958년 수리할 때 3층 옥신에 사리공(舍利孔)을 확인하였다.
경쾌하고 우아한 조각 수법으로 아름다운 비례를 이룬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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