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04. 10. 17(일)
○ 기상상황 : 쾌청하지만 옅은 안개가 끼어 있었음
○ 산행인원 : 2명(부부)
○ 산행코스 : 주차장~천황사~구름다리~사자봉~통천문~천황봉~바람폭포~천황사~주차장
○ 산행후기
지난주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 이후 다시 이곳 월출산 천황봉 등반길에 올랐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월출산에 와 보았지만 천왕봉에 오른 적은 없었다.
여기는 여러 번 왔지만 대부분 구름다리까지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곤 한 것 같다.
이번에는 꼭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리라 마음먹고 부부가 산행에 나섰다.
마누라도 정상까지는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였다.
○ 구간별시간 : 4시간 25분 (6.3km)
주차장(10:55)~구름다리(12:05)~사자봉(12:30)~경포대삼거리(13:09)~천황봉(13:25/출발14:00)~바람폭포(14:44)~주차장(15:20)
○ 준비물 : 도시락 1개, 컵라면 1개, 참외 5개, 물 500㎖ 3개, 포도주 500㎖, 보온병 0.5ℓ 2개, 커피 1회용 4개
○ 산행
o 주차장(10:55) ~ 구름다리(12:05) 1.6km
오랜만에 월출산 국립공원에 와 본 것 같다.
예전에 자주 월출산에 와 보았지만 정상까지의 등산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채 중간에서 내려오곤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주차요금과 입장료를 합해 7,200원을 달랜다. 쾌청한 날씨에 단풍이 조금은 이른 듯하지만 많은 인파가 몰려있다.
관광버스 몇 대를 퍼 놓았는가 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10:55이 되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마누라와 둘이서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기암괴석의 월출산을 바라보며 11:00이 되어 서둘러 등산길에 올랐다.
시멘트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야영장이 보이고 여기서부터는 꼬불꼬불 사잇길로 접어들었다. 이제부터 등산의 시작이다.
대나무숲의 푸르름과 가을 기운이 감도는 산기슭을 바라보며 영암아리랑의 노래비가 있는 길을 지나 작은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10여분을 올라오니 두 갈래길이 나타났다.
오른쪽은 계곡 따라 바람폭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 왼쪽은 구름다리로 바로 올라 천황봉을 가는 길이다.
왼쪽길로 들어서니 등산로 주위에 작은 동백나무가 가끔 눈에 띈다. 봄이되면 동백꽃이 만발한다고 한다.
조금 오르니 천황사터가 나타났다. 절은 2000년 화재로 불에 타 없어지고 천막에 불상을 모셔 놓아 절의 흔적만 남아있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절터를 뒤로하니 오르막길이 보인다. 돌계단과 철제난간을 잡고 다소 가파른 길을 올랐다.
그렇게 인내하며.....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고 또 오르고 있을 뿐이다.
가끔 하늘벽같은 바위들이 다가오듯이 그렇게 먼발치에 서있고, 그 바위 봉우리마다 푸른 소나무가 서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이며 수석위에 분재같은 모습이다. 그 모습들을 위안삼아 감탄하며 오르니 인파에 막혀 더 이상 갈수가 없었다.
고개들어 쳐다보니 구름다리가 보인다. 장사진은 100여m 남짓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겨우 1.6km 올라왔다.(11:50)
한참이나 기다리면서 장사진은 조금씩 앞으 로 나아갈 수 있었다.
줄을 따라 약 15분이 지나서야 정자를 지나 구륻다리 입구에 도착하였다.(12:05)
잠깐 사이에 마누라 사진을 한 컷하고 구름다리를 건넜다. 구름다리는 월출산행의 가장 중요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바람폭포 옆의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길이 52m, 폭 0.6m, 지상에서의 높이 120m인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바로 밑을
내려다보니 정말 아찔아찔하다. 그래서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여기를 건너지 못한다고 한다.
o 구름다리(12:05) ~ 천황봉(13:25) 1.7km
여기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천황봉은 정말로멀게만 보이는데.... 휴~ 저기 저 봉우리를 언제나 갈까......
구름다리를 지나 다시 전국 제일의 급경사 코스인 가파른 철계단, 바위길과 철사다리 300여 계단을 오르기를 20여분, 사자봉
앞에 서있다.(12:30) 사자봉의 뒤편에는 천황봉이 보이며, 그 사이로 경포대의 계곡 또한 나열하듯이하나의 계곡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사자봉은 자신의 끝부분을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동쪽경관을 바라보니 천황사 집단시설지구와 촌락, 반듯이 경지 정리된 들판이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며, 사자저수지에 담겨진
맑은 물이 아름답다. 북쪽에는 장군봉과 광암터를 연결한 거대한 바위능선이 장엄하고 웅대하게 펼쳐져 있다.
서쪽 멀리에는 천황봉과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탐방객들의 모습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가져온 과일을 깎아 먹고 10분간의
휴식을 취한 후 사자봉의 정상을 오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가파른 길을 이용하여 내림의 길을 걷는다.
급경사 내리막길을 내려와 다시 통나무 계단을 오르려니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힘이 차는 표정들이다.
경상도지역에서 단체 관광객이 왔는지 유난히도 큰 목소리의 아낙들이 웃음보따리를 펼쳐 놓았는지 연신 웃음소리와 말소리
뿐 역시 산은 조용하다. 사자봉의 정상을 오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가파른 길을 이용하여 내림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능선부에 도착하여 서쪽의 이름없는 기암괴석과 웅장한 바위능선을 바라보니 지금까지 풍경과는 사뭇 색 다르게 보인다.
그야말로 기기묘묘하고 형형색색이다. 다시 내리막길과 철사다리 오르기를 20여분, 13:09에 경포대삼거리에 도착했다.
구름다리에서 오르는 길, 천황봉에서 내려오는 길, 강진 경포대에서 올라오는 길이 서로 만나는 곳이다. 멀리 강진만이 보인다.
아마도 만조시간인 듯 하다. 한 떼의 인파가 경포대에서 올라오고 있다.
천황사~천황봉 코스가 영암에서의 등산 코스라면 금릉 경포대~천황봉 코스는 강진에서의 대표적인 등산코스라 할 수 있다.
이제는 천황봉도 가까워지고, 오름의 길을 걸으며 우리 인간들이 항상 우러러보고 동경하며 바라만보는 하늘...
하늘을 가까이 하려고 산을 찾고 산위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과 미래를 생각하고...
그래서 산은 언제나 옛 모습은 간직하고 사람을 맞는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행렬을 뒤따라 오르니 조그만 오솔길 바람폭포삼거리에 도착했다.
바람폭포에서 올라오는 사람, 천황봉에서 내려오는 사람, 그리고 우리의 행렬이 어울려지니 더욱 많은 인파로 삼거리가 붐볐다.
여기서 181계단을 올라가면 천황봉의 관문인 하늘로 통하는 바위틈새 통천문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다리가 무거워져 오는 느낌이다.
중간에서 한 번 쉬어야 할 정도로 긴 181계단을 올라오니 드디어 통천문...
지난주 지리산 등산길에도 정상 길목에 통천문이 있었는데 역시 하늘로 가는 길목의 필수조건인 모양이다.
부정한 사람은 통과할 수 없다는 지리산 통천문을 생각하며, 잠시 모든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버리고 순수한 초심으로 이 문을
통과하리라 마음먹었다. 통천문을 통과하니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수많은 인파에 파묻혀 로프와 철제난간을 따라 몇 분을 더 올라서니 앞이 트이며 우뚝 선 산봉우리가 나타난다.
해발 809m의 월출산 정상 천황봉이다. 출발 2시간30분만에 도착한 것이다.(13:25)
일망무제의 길... 또한 막힘도 없으며 걸림도 없는 곳.. 그 정상에 서있다.. 영암군과 강진, 그리고 해남, 넓은 평야...
그리고 산의 물결들... 그 풍경들을 바라보고 감상에 젖어보면서,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맛보고 있다.
정상을 정복해보지 못한 사람은 이 기분을 느끼지 못하리라... 잠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으려고 옆 사람에 부탁하였다.
누군가가‘계장님, 오랜만입니다’하고 아는 척하였지만 도무지 누군지 생각나질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데 끝까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시쳇 인사말로 안녕히 가시라고 하고는 서로의 갈 길을 갔다. 정상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니 정말 장관이다.
멀리 천관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강진만이 뚜렷하다. 서쪽으로는 월출산 제2봉 향로봉과 제3봉인 구정봉, 더 멀리는 유달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듯하고, 영산호 물줄기만 구불구불하게 보인다.
북쪽을 향하니 가까이는 영암읍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는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무등산 능선이라고 한다.
전라남도의 남단에 위치하여 육지와 바다를 구분하는 것처럼 우뚝 선 산 월출산은 서해에 인접해 있고 달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고 하여 월출산이라 하였다 한다. 정상인 천황봉을 비롯, 구정봉, 향로봉, 장군봉, 매봉, 시루봉, 주지봉, 죽순봉 등 기기묘묘
한 암봉으로 거대한 수석전시장과도 같다. 정상에 오르면 동시에 3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다. 남도의 산들이
대부분 완만한 흙산인데 비해 월출산은 숲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바위산에다 깎아지른 산세가 차라리 설악산과 비슷하다.
뾰족뾰족 성곽모양 바위능선, 원추형 또는 돔형으로 된 갖가지 바위 등은 설악산보다도 더 기이해 호남의 소금강이라 한다.
월출산은 서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몰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꽃,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운해,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
월출산의 운해는 평야의 들바람과 영산강 강바람이 맞부딪쳐 천황봉 정상에서 만들어내는 구름바다가 볼만하다.
가수 하춘화가 전성기에 부른 "달이 뜬다 달이 뜬다 월출산 천황봉에 보름달이 뜬다." 영암아리랑의 노랫말이 말해주듯 월출산은
산봉우리와 달뜨는 광경의 어울림이 빼어난 산이다. 구름을 걸친 채 갑자기 우뚝 솟아 눈앞에 다가서는 천황봉의 신령스러운
모습, 그 위로 떠오른 보름달의 자태가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월출산 일대인 영암, 강진, 해남은 "남도 문화유산답사의 1번지"로 꼽을 만큼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 서쪽에는 통일신라말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됐다는 도갑사가, 구정봉 아래
암벽에 조각한 높이 8.5m의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무위사 극락보전은 국보13호, 도갑사 해탈문은 국보 50호다. 또한 도갑사 서쪽에는 백제의 학자로 일본에 논어와 천자문을 전해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된 왕인박사의 유적지가 국민관광단지로 조성돼 있다.
o 천황봉(14:00) ~ 천황사 주차장(15:20) 3.0km
산은 언제나 오름의 길이 있으면 내림의 길이 반드시 있다.
가지고 올라온 음식을 먹고 마지막으로 커피한잔을 진하게 하고 하산의 차비를 하였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멀리 내려다보이는 영암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을 하였다.
하산을 위해 통천문을 반대로 통과하여 181 계단을 내려와 바람폭포 삼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을 택했다.
아직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다.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인파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산행시간이 짧아서 인 것 같다.
좁은 등산로를 10여분 내려오니 사방이 확 트인 능선길, 여기서도 바위들의 천국을 실컷 감상하게 된다.
온갖 기암괴석의 모임터인 광암터에서 잠시 주위경관을 구경했다.
멀리 구름다리가 아스라이 보이고 아직도 구름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올라올 때에는 인파도 많았는데 지금은 한산한 것 같다.
이제 올라오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려간 사이 어느 덧 바람폭포에 도착했다.
천황봉에서 내려온 지 약 40여분이 지난 14:44이었다. 메마른 물줄기의 바람폭포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로프, 철난간, 목재계단으로 안전하게 닦여진바람계곡 탐방로를 따라 천황사터 삼거리를 거쳐 하산하기를 30분 출발지점인
천황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렇게 해서 천황주차장∼구름다리∼사자봉~경포대삼거리~천황봉∼바람폭포∼천황주차장까지의 산행은 끝이 났다.
스릴 넘치는 구름다리, 시루봉, 사자봉 등 웅장한 바위, 천황봉에서 바라보는 동.서.남.북의 탁 트인 경관, 광암터의 기암괴석,
메마른 바람폭포의 허전함 등 월출산의 절경과 신비스런 바위 탐방을 마쳤다.
총 6.3km 거리에 4시간 20분 정도 소요되어 약간의 지체된 것은 많은 인파에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던 탓인 것 같다.
아무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우리부부의 산행이 아무런 탈없이 마무리되었고 다음의 산행을 기약하며 기념사진 한 장으로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주차장을 나서는데 매표소앞 도로상에서 참나무 통닭구이를 팔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는데 마누라가 자꾸만 먹고 싶다고 한다. 1km이상을 지나쳤는데 끝까지 먹고 싶다고 한다.
차를 돌려 다시 주차장 입구로 가 만원을 주고 통닭 한 마리를 사서 차안에서 먹었다.
맛이 그만이다. 마누라 덕분에 모처럼 통닭구이도 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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