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1일 토요일, 구름 가득 흐린 하늘에 가끔씩 나타나는 햇살이 따가운 날씨다.
양림동은 100년 전 서양 선교사들의 흔적을 따라 휴식이 있는 시인의 길과 전통가옥 등 시간의 보물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100년 전, 근대화 물꼬를 튼 유적들과 잘 보존된 전통가옥을 둘러보는 정취, 그리고 시인 다현 김현승의 흔적을 만나는 길이다.
양림동의 시간여행은 100년 전 서양 선교사들의 흔적을 따라 광주양림교회에서 출발한다.
양림교회는 광주 최초의 교회로 1904년 미국 선교사 배유지(Eugene Bell)가 자신의 사택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 그 시작이다.
지금의 건물은 1954년에 지어진 것으로 교회 바로 앞에는 광주 유형문화재 제26호인 오웬기념각이 있다.
1914년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오웬(Clement C. Owen)과 그 할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당시의 유교적 관습에 따라 남녀가 들어가는 문이 달랐기에 출입문이 2개이고, 설교단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구조로 되어있다.
개화기에 다양한 문화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며 근대문화의 전당으로 사용되었고, TV드라마 <각시탈>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호남신학대 가는 길을 따라 양림동 골목으로 올라가면 다형(茶兄) 김현승 시인의 이름을 딴 무인 카페 다형다방이 자리한다.
좁은 골목 초입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누구나 들어가 시인과 양림동의 옛 모습을 만나고 직접 찻물을 끓여 차를 마실 수 있다.
다시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들어와 활동했던 서양 선교사들의 사택을 만난다.
광주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된 우일선 선교사 사택은 광주에 있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이다.
장애아와 고아들을 돌보며 한센병 치유에 앞장섰던 우일선(R. M. Willson) 선교사가 1905년에 건축하고 1921년에 증축했다.
사택 앞마당에는 선교사들이 고국에서 가져다 심은 은단풍나무, 아름드리 피칸나무, 흑호두나무 등이 그 모습을 들어낸다.
호남신학대학교가 자리한 야트막한 언덕은 예전에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이나 어린 주검들을 풍장(風裝)했던 곳이다.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이불에 감아 나무에 걸어두는 것이 장례 의식의 전부였다고 한다.
서양 선교사들은 이곳에 사택을 짓고 전염병 환자들, 특히 한센병 환자들을 이곳에서 돌보기 시작했다.
이 언덕은 <광주의 예루살렘>, <선교사 마을>로 불리며 치유의 공간, 교육의 공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선교사 사택 옆에는 양림동 일대와 무등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티 브라운 카페가 자리한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뒤편 산책로를 따라가면 선교사 묘원으로 가는 길목에 조성된 시인의 길을 지나 선교사 묘원에 이른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곳은 사랑과 희생으로 봉사해 온 배유지와 우일선을 비롯해 수많은 선교사들이 잠든 곳이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에서 수피아여중·고교로 가는 길목에는 광주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가 서 있다.
당시 선교사들이 심은 이 나무는 잎 주위에 톱니바퀴 같은 가시가 있는데 호랑이가 등긁개로 쓴다하여 호랑가시나무라 한다.
묘역을 지나 호남신학대 정문으로 향하면 다형 김현승 시비와 시인의 마을이 있다.
호남신학대 정문을 나서 양림(楊林)근대역사거리 표지판을 지나면, 유진벨선교기념관과 양림미술관이 자리한다.
다시 다형다방으로 돌아와 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인 전통가옥 이장우가옥과 민속자료 2호인 최승효가옥을 표지판을 만난다.
이장우 가옥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공간과 광주 최고 부자들이 살았던 공간을 분리하는 기준이 되는 집이었다.
1899년에 지어진 전통가옥으로 일자형이 주를 이루는 남부 지방의 가옥과 달리 한양의 가옥처럼 'ㄱ'자 구조다.
쪽문을 통해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일본식 정원과 사랑채, 멋스런 안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최승효 가옥은 1920년 최상현이 지어 일본 요정으로 운영하며 독립운동자금 조달과 독립운동가 은신처로 사용한 공간이다.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능소화가 활짝 핀 담장만 둘러보고 돌아선다.
잠시 큰길로 나서 양림동 펭귄마을을 둘러본다.
Carol Ki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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