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을 사랑한 김삿갓의 흔적, 구암마을 김삿갓 종명지(終命地)
압해정씨(押海丁氏) 집성촌인 구암리는 예전부터 마을 앞에 고인돌이 많아 자갈 바위라 불렸다.
구암 마을의 뜻은 이곳에 굴바위가 있어 굴암이라 하다가 구암으로 변했다고 한다.
혹은 마을 앞에 있는 등성이가 자래등이라 하여 구암 마을이라 했다고도 한다.
경천(敬天) 정치업(丁致業)의 후손 정찬진 소유의 집은 2011년 화순군에서 매입하여 김삿갓이 마지막으로 묵고 숨을 거두었다는 점을 들어
김삿갓 종명지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 구암리는 구름처럼 떠돌았던 김삿갓(김병연)이 이곳의 절경에 반해서 그의 고향인 경기도 양주 땅을 버리고 일생을 마감한 곳이다.
그는 화순을 세 번이나 찾을 정도로 지극히 아꼈고, 철종 14년(1863년) 3월 29일 전라도 화순 동복 땅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그의 아들 익균이 천리길을 달려와 아버지의 시신을 메고 돌아가 묻은 곳이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의 싸리골이다.
김병연이 눈을 감은 곳은 노루목적벽에서 10km 남짓 떨어진 동복면 구암마을로 그가 눈을 감은 곳이라는 뜻의 김삿갓 ‘종명지’가 있다.
압해 정씨가 대대로 살아온 마을로 김삿갓이 머물렀던 사랑채와 안채, 사당 등이 복원되어 있다.
향년 57세로 이곳 사랑채에서 세상을 떠난 김삿갓 종명지 왼편에는 삿갓동산이, 마을 뒤편에는 그가 죽은 뒤 초분을 했던 터가 남아 있다.
현재까지도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중에 있다.
김병연(金炳淵)은 1807년 경기 양주에서 태생으로 본관은 안동, 자는 성심(性深), 별호는 난고(蘭皐), 호는 김립(金笠) 또는 김삿갓이다.
그의 일생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기록과 증언들을 종합해 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전해온다.
6세 때에 선천부사(宣川府使)였던 조부 익순(益淳)이 평안도 농민전쟁 때 홍경래에게 투항한 죄로 처형당하자,
그는 황해도 곡산에 있는 종의 집으로 피했다가 사면되어 부친에게 돌아갔다.
아버지 안근(安根)이 화병으로 죽자 어머니는 폐족(廢族)의 자식으로 멸시받는 것이 싫어 강원도 영월로 옮겨 숨어 살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그는 논정가산충절사탄김익순죄통우천(論鄭嘉山忠節死嘆金益淳罪通于天)이라는 조부 익순을 조롱하는 과시(科詩)로
향시(鄕詩)에서 장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상을 욕되게 한 죄인이라는 자책과 폐족의 자식이라는 세상의 멸시를 참지 못해
처자식을 버려두고 20세 무렵부터 집을 떠나 방랑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삿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전국을 방랑하면서 각지에 즉흥시를 남겼는데 그 시 중에는 권력자와 부자를 풍자하고 조롱한 것이 많아 민중시인으로도 불린다.
그의 아들 아들 익균(翼均)이 안동·평강·익산에서 여러 차례 귀가를 권유했으나 매번 거절하고 도망했다고 한다.
54세 때 전라 동복현의 어느 땅(전남 화순군 동복면)에 쓰러져 있는 것을 어느 선비가 자기 집으로 데려가 거기에서 반년 가까이 살았고,
그 뒤 지리산을 두루 살펴본 뒤 3년 만인 57세에 쇠약한 몸으로 그 선비 집에 되돌아와 죽었다고 한다.
그의 시는 몰락 양반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당시 무너져가는 신분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
풍자와 해학을 담은 한시의 희작(戱作)과, 한시의 형식에 우리말의 음과 뜻을 교묘히 구사한 언문풍월(諺文風月)이 특징이다.
구전되어오던 그의 시를 모은 김립시집(金笠詩集)이 있다.
1978년 후손들이 무등산 기슭에 그의 시비(詩碑)를 세웠고, 영월에도 전국시가비건립동호회(全國詩歌碑建立同好會)에서 시비를 세웠다.
김병연은 전국에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고, 그의 시가 남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럼에도 화순 동복은 발길을 멈추게 하고, 그가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2015년11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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